얼굴이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거리에서 바라본다면, 사람은 제각각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면 무수히 많은 차이가 있다. 외견만이 아닌 수많은 유형의 성격과 별자리, 혈액형, 신장과 체중 같은 수치로 표현 가능한 세세한 부분까지. 친한 친구 또는 가족이라 해도 완전히 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
날개를 잃은 천사는 연인을 기다렸다. 연인은 천사를 찾아오지 않았다. 천사는 날개가 사라진 어깨를 더듬으며 연인이 찾아오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연인이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연인은 천사를 찾아오지 않았다. 천사는 마음을 접고, 혼자 날아오를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천사는 날개가 없기에 날아오를 수 없다. ... 마침내 연인이 천사를 찾...
평화로운 일상이, 호노카와 함께 잡은 손이. 지금 이 순간 하나하나가 내겐 너무나 소중해서, 언제까지고 계속 되길 바랐다. 장애물이 나타난다면 서로 어깨를 기대며,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누가 보란듯이 자신만만하게 외칠 때도 있었다. 언제든지 호노카와 함께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장애물은 생각한것보다 수십배만큼이나 거대했다. 가까이 다가가려 ...
"노조미이-" 나는 카페 테이블에 턱을 기댄 채 노조미를 빤히 쳐다보다가 작게 이름을 불렀다. 노조미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창밖의 풍경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나는 볼을 크게 부풀렸다가 홧김에 따듯한 커피를 두 모금 마셨다. 탁. 컵을 소리나게 내려놓자 그제서야 노조미가 고개를 돌렸다. "아, 니콧치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건 십분도 더 ...
나는 좁은 방 침대에 누워 창문 밖을 바라봤다. 고장 난 가로등이 깜빡거리며 옅은 빛을 방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었다. 누워서 방을 한 바퀴 빙 둘러보니 그럭저럭 한 사람이 살기에는 충분한 곳이다. 집에서 꽤 먼 거리의 아이돌 소속사에서 연습생 제의가 들어왔을 땐, 뛸 듯이 기쁘면서도 가슴 한쪽에는 망설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빠듯한 집안의 가계, 아직 어린...
하늘을 향해 불규칙하게 솟은 건물들과 눈부실 정도로 강렬한 네온사인 간판, 딱딱한 보도블럭 길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 때때로 그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자동차. 도심의 풍경은 겉으로 보기엔 무척 화려하지만 실상은 삭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풍경에 아주 작은 것 하나가 덧붙여진다면 느낌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다. 그것은 바로.. 눈! 새하얀 눈이 도시를 덮어...
나는 와인색 캐리어를 끌고 노조미 씨가 있는 상담소로 향했다. 자동차는 집 주차장에 있었고, 집에 다시 돌아가긴 죽을만큼 싫었다. 핸드폰 배터리도 바닥나버려서 도보로 한 시간은 되는 거리를 기억을 더듬어가며 걷고 또 걸었다. 집사인 와키 씨가 또 미행할까 싶어 좁은 골목을 몇 번이나 돌아서 가느라 시간이 더 지체됐다. 다리 양쪽이 후들거릴 정도로 걸은 후에...
차가운 바람이 손을 따갑게 때렸다.얼마전까지만 해도 선선하던 날씨가 꽤 차가워져서, 옷을 한 겹 더 걸쳐야 안심하고 바깥 공기를 쐬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장갑이라도 끼고 올걸. 노조미 씨는 안 추우려나?상담소 초인종을 여러번 눌렀음에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나는 마지막으로 초인종을 한번 더 눌렀다.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다.상담소를 찾아왔던 날에서...
「당신 상담사 맞아요?」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상담사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건 아니지만 반말을 하는 상담사라니. 아니, 상담사가 아니더라도 동의 없이 상대에게 반말을 하는 건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난 행위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이런 무례한 일을 겪으리라곤 상상도 안 해봤는데. 게다가 쨩이라니, 이상한 걸 넘어선 경지야.안 어울리는 사투리는 또 뭐람...
『마키. 내 권한으로 최대한 길게 휴가를 잡아놓았다. 한동안 출근하지 않아도 좋아.』『그치만...!』파파의 경직된 표정과 무겁게 내리깔린 분위기. 파파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리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나는 주먹을 꼭 쥐었다.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만 하는 거냐고...!쾅!원장실 문을 소리 나게 닫아버린 후 빠른 걸...
[이전 이야기]재수 이후 의사 면허 시험에서 여러 번 탈락한 마키는 점점 무감각한 삶을 살아간다.그러던 도중 수년간 연락이 끊겼던 니코와 우연히 마주쳐 연락하고, 니코의 초대로 라이브 공연을 직관한다.하지만 니코에게 옮은 감기 때문에 도중에 뛰쳐나와 쓰러진다.공연을 끝마친 후 마키를 찾아낸 니코는 쓰러진 마키를 부축해 집으로 데려온다.- - - -「오늘 당...
마키는 책상에 턱을 괸 채 티켓을 눈앞에 대고 살랑살랑 흔들었다. 니코의 단독 라이브의 최전열 티켓. 너무 작아서 아직도 어린 아이같은 손으로 티켓을 내밀며「와줄 거지?」하고 조심스럽게 묻던 니코. 마키는 창문 너머로, 니코의 자그마한 입에 커다랗게 피어난 함박웃음을 떠올렸다. 자연스러운 웃음.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현재의 열정에 충실한 웃음. 바라보기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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